놀랍게도 선인장은 수확하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선인장이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1. 다육식물의 한 종류
선인장은 석죽목 선인장과에 해당하는 식물로 다육식물의 한 종류입니다. 다육식물은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분을 저장하는 조직(저수조직)을 발달시킨 식물인데 다육식물 중 잎을 가시처럼 변화시키거나 아예 퇴화시켜서 건조에 강하게 진화한 일부 식물들을 선인장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시가 있다고 무조건 선인장은 아닙니다. 장미도 가시가 있고 선인장과 굉장히 유사한 모습이지만 선인장이 아닌 식물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식물들 중 선인장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됩니다. 먼저 첫 번째는 선인장의 가시가 나오는 가시자리(Areole)라는 부위입니다. 선인장은 가시자리에서만 가시가 나옵니다. 하나의 가시자리에서 여러 개의 가시가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가지나 꽃도 여기 가시자리에서 돋아 나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른 식물들의 가시는 대부분 줄기가 변형된 부위지만 선인장의 가시는 잎이 변형된 부위라는 것입니다. 가시를 하나 떼어내서 확대해 보면 생물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관찰하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가시 형태의 잎은 표면을 통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초식 동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선인장은 이러한 가시 부분이 잎이고 통통한 몸통 부분이 줄기입니다. 이러한 줄기의 모양에 따라 전체적인 모양이 정해지게 됩니다. 선인장은 가시 자리에서 줄기가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며 분화되는데 줄기가 이렇게 똑 떨어졌을 때 떨어진 줄기에서 뿌리가 자라며 새로운 개체가 되는 무성생식(영양생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인장은 잎이 가시처럼 변하며 줄어들었기 때문에 줄기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2. 건조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구조
선인장을 뿌리채 뽑아서 흙을 제거한 다음 물에 씻어서 뿌리를 보면 뿌리가 줄기에 비해 아주 가늘고 보잘것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선인장도 뽑아보면 뿌리가 비슷한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선인장 종은 뿌리가 땅 속 깊게 위치하지 않고 지표면에 가깝게 퍼져 있는데 이 이유는 비가 왔을 때 지표면의 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흡수한 물은 줄기 내부의 점액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줄기를 잘라서 내부를 보면 끈적하고 젤리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선인장도 잘라보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조직들로 되어 있습니다. 중심 부분은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관다발 조직에 둘러싸인 속(pith)이라는 부위로 수분과 양분의 저장 역할을 하는 부위입니다. 선인장은 식물체의 90% 이상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뿌리로 한 번에 많은 물을 빠르게 흡수한 다음 저장하여 건조한 환경에서도 말라죽지 않고 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3. 다른 식물과는 다른 광합성 방식
이러한 선인장 중 일부 종들은 식재료로 쓰이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선인장은 수확하는 시간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오전과 오후에 선인장 맛이 다르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맛의 차이는 선인장의 독특한 광합성 방식 때문에 나타납니다. 보통의 식물은 광합성을 할 때 기공이라는 공기 구멍을 통해 기체 교환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건조한 환경에서는 기공을 열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여 힘들게 저장한 수분이 모두 손실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낮 동안 기공을 열고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는 대부분의 식물들과 달리 선인장은 조금 다른 형식의 광합성을 합니다. 바로 광합성을 낮과 밤 두 과정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기공을 여는 주된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얻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선인장은 밤 동안만 기공을 열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미리 흡수한 후 말산이라는 형태로 저장해 둡니다. 그리고 오전에 해가 뜨면 기공을 닫은 후 밤 동안 저장한 말산을 이산화탄소 공급원으로 사용해 광합성을 수행하는 굉장히 똑똑한 전략을 펼칩니다. 이러한 광합성 과정의 특성 때문에 선인장 내부에는 밤 동안 말산이 쌓였다가 오전에서 오후로 갈수록 광합성에 사용되며 말산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말산은 신맛이 나는 물질이기 때문에 선인장은 수확하는 시간에 따라 신맛이 변화하여 맛이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인장도 속씨식물로 꽃이 피고 수분을 통해 열매를 맺어 번식합니다. 대부분의 선인장 열매는 식용이 가능한데 선인장의 열매들은 대부분 여러 개의 작은 씨앗을 가졌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의 열매 중 하나는 용과인데 용과를 잘라보면 많은 씨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인장 열매들의 씨앗이 많은 이유는 사막은 아주 건조한 환경이기 때문에 많은 씨앗을 여러 곳으로 퍼뜨려야 발아가능성이 높아져 번식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선인장은 정말 똑똑하고 신기한 식물입니다.
'생물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기, 우리가 씨앗으로 알고 있던 것 (0) | 2023.02.06 |
---|---|
말미잘, 무시무시한 촉수를 가진 바다의 꽃 (0) | 2023.02.05 |
불가사리, 엄청난 재생력과 생존력 (0) | 2023.02.02 |
전갈, 강한 모성애를 가진 생물 (0) | 2023.01.31 |
소금쟁이, 물 위를 가볍게 다니는 비밀 (0) | 2023.01.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