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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상식

흰개미, 개미지만 개미가 아닌 이유

by 타이칸블루 202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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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

1. 개미와 흰개미의 차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흰개미는 이름과 다르게 벌목이 아닙니다. 바퀴목입니다. 그 외에 생물학적인 관계도 별로 없습니다. 이름만 개미일 뿐입니다. 개미 하면 달콤한 사탕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녀석의 먹이는 사탕이 아닌 주로 나무입니다. 나무속에 들어있는 셀룰로오스를 먹습니다. 스스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없어 세균의 도움을 얻어 분해하는 것이 바퀴와 닮았습니다. 흰개미는 나무를 속부터 파고들어 건물을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나무로 지어진 건축물의 문화재 에이즈라 부릅니다. 개미와 다른 점이 또 있습니다. 몸을 흔들어 진동으로 서로 대화합니다. 개미는 여왕개미 혼자서 사회를 통치하지만 흰개미는 여왕개미와 왕개미가 함께 사회를 통치합니다. 흰개미의 일개미는 하루 종일 일만 하지 않습니다. 일개미의 30%만 일하고 나머지 70%는 쉽니다. 아마도 이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침과 나물을 섞어 집을 보수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흰개미의 얼굴은 귀여운 강아지처럼 생겼습니다. 안타깝게도 흰개미는 모든 개미의 먹잇감입니다. 정탐하던 제주 왕개미가 흰개미를 발견하면 주변 무리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서 추가 병력이 투입됩니다. 피부가 너무 부드러워서 쉽게 손상된 어린 흰개미를 다른 흰개미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격할 개미산도 없고 피부는 연약하기만 합니다. 끝까지 저항해 보지만 상대의 개미산이 너무 강하여 도움을 주려는 개미조차도 희생됩니다.

2. 인간도 본받는 멋진 건축가

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태고 쪽 신비를 간직한 야생의 땅 호주에 유난히 눈에 띄는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한 건축물들이 얼핏 보기에는 큰 바위 덩어리 같지만 이것의 정체는 바로 흰 개미집입니다. 겉모습이 고대 성당을 닮아 성당 흰개미 집이라 불립니다. 흰개미 크기는 6 밀리미터에 불과한데 자신의 키보다 1천 배가 넘는 건물을 지어 올린 셈입니다. 공동묘지에 비석처럼 서 있는 이 건축물도 흰개미집입니다. 엄청난 높이나 규모만큼 흰개미 집은 무척 견고한데요. 두드리면 손이 아플 정도입니다. 건축술의 핵심은 일꾼 흰개미들이 일일이 흙을 물어 한 덩이씩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일꾼들이 집을 짓는 동안 투구를 쓴 듯한 병정 흰개미는 침입자가 없는지 보초를 섭니다. 흙으로만 벽돌을 만드는 건 아니고 자신의 배설물을 섞기도 하고 죽은 동료가 있으면 그 사체를 으깨어 넣기도 합니다. 자연에서 나온 모든 것을 건축 재료로 재활용합니다. 흰개미 건축술의 또 다른 비밀은 바로 조직력입니다. 이백만 마리의 흰개미들이 각자 맡은 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집을 짓습니다. 도대체 이 거대 조직을 누가 지휘하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것은 아직도 학계의 미스터리입니다. 흰개미 집은 이백만 마리의 흰개미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여왕 흰개미를 중심으로 병정 흰개미 일꾼 흰개미가 사용하는 방이 각각 나눠져 있고 그 방들은 모두 통로로 연결돼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환기 시설을 만들어놔서 신선한 공기가 밑에서 들어와 모세관을 통해 전체로 퍼지고 내부에서 오염된 공기는 위로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시설을 갖춘 흰개미 집은 백 년 넘게 대를 이어 사용됩니다. 특히 자석 흰개미 집은 독특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건물 윗부분이 꽉 다문 조개 입처럼 뾰족하며 건물을 확장할 때도 끝부분은 반드시 뾰족하게 다듬습니다. 많은 수가 한꺼번에 작업을 하는데도 일정한 모양을 내는 걸 보면 흰개미는 탁월한 건축가임이 분명합니다.

3. 집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그런데 이들은 왜 이런 구조로 집을 짓는 걸까요. 해답은 햇빛과 온도 조절이 있습니다. 꼭대기가 뾰족하면 한낮에 뜨거운 태양빛이 집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건물은 자석처럼 남북 방향으로 길게 서 있는데, 이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오전의 따뜻한 햇살은 동쪽 면이 흡수하고 한낮에 뜨거운 태양은 피하면서 온도가 내려가는 오후엔 서쪽 면이 빛을 받아들입니다. 덕분에 흰개미 집 안은 늘 25도 안팎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됩니다. 나침반 바늘처럼 항상 정남북으로 향해 있는 흰개미 집은 냉난방 시설까지 갖춘 고급 저택입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흰개미가 사는 이곳은 마른번개로 인해 화재가 종종 일어납니다. 흰개미 집 주변에도 온통 불바다가 되어 이들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피해는 입을지언정 그 대응 능력은 무섭습니다. 화재로 집 한쪽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면 안에 있던 흰개미들이 모두 몰려나와 무너진 집을 보수하기 시작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현장에 투입된 흰개미들 덕분에 집은 순식간에 제 모습을 갖춥니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불사하는 흰개미들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흰개미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왕국이자 거대한 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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